김환재/굿네이버스 대전지부

며칠 전 뉴스에서 참 마음이 무거운 장면을 봤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시끄럽다는 아파트 민원 때문으로 아이들이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이었다. 마음껏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웃어야 할 아이들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고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었다 생각했다.
학교 운동회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 맞다. 아이들이 뛰고, 넘어지고, 응원하고, 친구 이름을 크게 부르며 하루를 보내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소리조차 민원이 되어 학교는 눈치를 보고 아이들은 미안해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제31조는 아동이 충분히 쉬고, 놀고, 문화·예술 활동과 신체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뛰어놀아야 하고, 몸을 움직이며 관계를 배우고, 놀이 중에 실패와 갈등도 경험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이며, 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이다.
그런데 최근 학교 현장을 보면 아이들의 활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축구를 하다가 다쳤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공놀이를 금지하고, 뛰다가 사고 날 수 있다고 운동장을 통제한다. 물론, 아이들의 안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 정말 맞는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
원래 아이들은 뛰다가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자란다. 그렇게 몸의 균형을 배우고, 감정을 조절하고, 친구와 관계 맺는 법도 익힌다. 외국에서는 아이들의 신체활동과 야외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바라본다. 실제로 신체활동이 아동의 집중력, 정서 안정, 사회성 발달과도 연결된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뛰지 말라고 하고, 소리 지르지 말라고 하고, 다칠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한다. 결국 가장 편해지는 것은 어른들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권리는 조금씩 뒤로 밀려난다.
민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모든 민원을 다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그게 공공의 역할일까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충돌하는 문제라면 학교와 교육청은 더 분명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것, 체육활동을 하는 것, 운동회를 하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교육활동이지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할 일이 아니다.
굿네이버스도 아동의 건강권과 발달권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아동권리옹호 활동, 건강지원사업, 놀이와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그 사회가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조용한 운동장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의 권리이다.
○ 제목 : [기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지켜주는 사회"
○ 일시: 05.13
○ 매체: 튜스티앤티([기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지켜주는 사회”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뉴스티앤티)